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서]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운 송전탑, 
한국전력 사장 조환익은 산업자원부 장관 자격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뿜었던 열망으로 문재인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시작한 새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조환익 현 한국전력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  

2012년 12월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조환익은 공권력을 앞세워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던 인물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사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밀양 주민들의 일상은 사라졌다. 한전과 시공사,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던 중 2012년 1월에는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故이치우 님이 분신자결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후 한동안 멈춰있던 공사를 다시 강행하기 위해 한전은 경찰에 병력투입을 요청했다. 2013년 5월에는 매일 500명, 10월부터는 매일 3000명이 투입되었고, 10개월 동안 연인원 38만 명의 경찰이 밀양을 점령했다. 한전의 경비노릇에만 충실했던 경찰의 공조로 공사가 가속화 되면서 2013년 12월 故유한숙 님이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두 분의 어르신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쳐도 한전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오직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그리고 2014년 6월 11일 남아있던 4개 송전탑 부지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면서 결국 69기의 송전탑이 모두 들어섰다. 

폭력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며 한편으로 한전은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을 무마하고 주민들에게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상정책을 활용해왔다. 마을로 파견된 한전 직원들은 주민 성향에 따라 일대일 대응 방식을 취하면서 타지에 살거나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민들부터 포섭해 갈등을 조장했다. 한전은 내규도 바꿔 마을별 공동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던 마을발전기금을 개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해 주민들을 분열시켰다. 합의하지 않으면 보상도 못 받고 마을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회유하고 협박하면서 반대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그동안 힘들지 않은 날은 없었다. 새벽산을 오르고, 포크레인에 목줄 걸고, 길바닥에서 지내고, 다치기도 억수로 다치고... 매일 전쟁 같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때는 하나도 힘든 게 아니었다. 한마음으로 함께 했었으니까. 그 이웃들을 이젠 마주치는 것도 겁이 난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보고회에서 밀양 주민이 한 이야기다. 한집 식구나 다름없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어린 이야기에 ‘국책사업’이니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게 한전이 보여 온 태도다. 사람을 ‘위해서’ 세운다는 송전탑 자리에 정작 사람의 자리는 없었다.   

물리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내세워 마을공동체 파괴를 조장하는 한전의 방식은 송전탑 건설 사업이 추진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14년 7월 500명의 경찰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청도 삼평리에서는 당시 청도경찰서장이었던 이현희가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을 반대 주민들에게 돌리려다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는 일도 있었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이유로 송전탑 건설이 추진된 군산에서는 2015년 10월 공사 강행에 비관한 반대 주민이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밀양이 일깨워줬지만, 비극은 번져 청도와 군산에서 이어졌고 지금도 송전탑 공사가 추진되는 곳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전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하에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파괴해왔다. 송전탑을 세울 수 있던 한전의 토대는 바로 폭력과 돈이었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환익 하에서 한전이 벌여온 행태다. 송전선로로 인한 피해 조사, 폭력과 돈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밀양 주민들에게는 외면으로 일관한 조환익이다. 곧 있으면 밀양 행정대집행 3년이다.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워진 송전탑, 그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상처가 더 깊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환익은 절대 안 된다는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새 정부가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 


2017년 6월 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인권사회연구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연구소 ‘창’,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330 [성명] 자유한국당의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발의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5 95
329 [무지개행동 성명]성소수자 혐오선동에 굴하지 않겠다. 인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18 122
328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학내 차별언동·혐오표현 관련 조항을 추가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18 90
327 [기자회견문]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 -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오솔 2017.09.12 99
326 [성명] 문재인 정부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내정을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08 537
325 [기자회견문]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 요구 16,698명, 정부는 인권의 요구를 들으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30 117
324 [논평] 성소수자 인권이 변화의 키워드다- 혐오에 매달려 생명연장하려는 적폐세력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21 105
323 정부 여당은 민영화법인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 합의 추진을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14 93
322 법관블랙리스트, 민주주의 문제 양승태 대법원장 사퇴하고 진상규명 해야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14 123
321 충청남도 인권조례! 혐오세력에 멈춰 서서는 안 된다. - ‘충남도민 인권선언 및 충청남도 도민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기 주장에 맞선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의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14 209
320 [기자회견문] 새로운 시대, '동성애 처벌법'은 사라져야 합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 발의를 환영합니다. 오솔 2017.07.07 245
319 성소수자 군인 처벌 중단,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시민사회 연석회의 기자회견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7.05 368
318 [성명] 각목 위협과 대걸레 폭행이 ‘사회상규’인가? -아동학대 범죄 눈감고 넘어가는 검찰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20 347
317 <30개 인권단체 긴급 공동성명> 김영혜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제청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20 349
316 [논평] 국가인권위원회의 퀴어문화축제 참가 결정을 환영하며 -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는 계기로 삼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6 350
315 [성명서] 창원시 HIV감염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3 1307
314 [성 명]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3 351
» [성명서]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운 송전탑, 한국전력 사장 조환익은 산업자원부 장관 자격 없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3 378
312 [논평] A대위는 여전히 무죄다 file 오솔 2017.05.24 507
311 [논평]문재인 대통령 시대, 군내 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염원한다 -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15 562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0 Next
/ 30